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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좋은 영화

[패왕별희]리뷰/결말해석: 중국이 약빨고 영화를 만들던 시절의 명작,돌아온 레전드 작품

by 윤공 영화리뷰 2020. 5. 16.

오늘은 많은 분들께 잘 알려진 영화 한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합니다. 각종 영화 사이트는 물론이고 여러 영화 평론가들, 그리고 90년대를 겪어온 많은 청춘들에게 항상 명작으로 손꼽히는 첸 카이거 감독의 1993년 작, 영화 <패왕별희>입니다.

 

 

202051일 배우 장국영 사망 17주기를 맞아 기존 러닝타임에서 15분이 추가된 171분짜리 확장판으로 우리 곁을 찾아 왔는데요. 아마 이번이 <패왕별희>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잘 알지 못합니다.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저는 한 때 mbc 교양방송 <서프라이즈>에서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 방송으로 장국영이 200341,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고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다는 사실만을 어렴풋이 알았죠.

 

스무 살이 되고 그가 나온 여러 작품 중 제가 직접 본 작품은 <아비정전>,<천여유혼>,<영웅본색> 등 유명한 작품 뿐 입니다. 때문에 제가 <패왕별희>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배우 장국영은 8~90년대 홍콩을 비롯, 전 세계를 풍미했던 대배우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전 세계가 애도를 표했다는 것은 이에 대한 증명이죠. 그 시대를 살지 않고는 절대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특정 시기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이기에 당대 사람들의 정서를 알아야 온전한 이해가 가능한 것이죠.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장국영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패왕별희>라는 그의 대표작을 이야기 할수 있을까...리뷰를 쓰며 겁이 났고 이렇게 구구절절 서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지금부터 제가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지배했던 불후의 명작 <패왕별희>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니 만큼 줄거리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 앞으로는 영화의 분석 과정에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립니다.

 

 

<첫 장면>

 

저작권 문제로 다른 사진 첨부

개인적으로 영화의 첫 장면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수미쌍관을 이루는 장면이죠. 두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인 이 영화에서 첫 장면은 매우 중요합니다.

 

 

시작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는 낡고 텅 빈 체육관에 화려한 치장을 한 두 주인공이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우리를 상징하는 제 3자의 대사가 흘러나옵니다.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것이죠. 시작부터 참으로 역설적인 대사입니다. 경극은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한 행위예술이고 경극 배우의 지위는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런 배우들에게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대사는 그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할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샬로의 대사, “우리는 옛 경극 배우입니다.” 이 대사는 경극의 지위가 좋지 못하다는 것에 확신을 주는 대사겠죠. 즉 영화가 두 주인공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감독은 이러한 연출을 통해 시작부터 알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문화 대혁명이야기를 하며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도즈와 시투 그리고 라이즈, 명품 아역연기>

 

영화 <패왕별희>는 단순히 장국영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미장셴이 좋기 때문에 명작이 된 것이 아닙니다. 영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와 샬로의 이야기에 설득력과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그들의 아역, 도즈와 시투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영화는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저 또한 영화를 보며 장국영의 연기 다음으로 놀랐던 부분이 아역들의 연기입니다. 보통 성장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서 어린 시절은 영화 전체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옛날 영화들에선 아역을 그저 말 그대로 아역으로만 소비했던 경향이 컸죠.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영화 <패왕별희>는 아역 하나하나가 배우로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경극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골격이 성장하기 이전인 14세 이하 아이들을 데려다가 훈련시켰다는 경극고증을 철저히 지키며 고된 훈련과정과 체벌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 정말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아역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면서도 극이 보여주는 현실감 때문에 극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로 작용합니다.

 

 

 

 더불어 영화 초반의 주인공이었던 세 아역도 주목해야합니다. 혹독한 경극학교에서 탈출을 감행했지만 실패한 라이즈는 좋아하던 사탕을 입에 물고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벌을 받으면서도 항상 밝고 쾌활했던 라이즈가 자기 때문에 친구들이 맞는 것을 보고 미안함에 자살을 선택하던 직전의 표정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성정체성 부정을 강요받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도즈의 모습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그러한 도즈에게 곰방대로 혼을 내는 시투의 모습도 괄목할 만 하죠. 특히 저는 시투의 행동이 너무 슬펐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이 혹독한 수련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잘하는 것 뿐 입니다. 곰방대 고문 장면은 도즈가 죽어나간 라이즈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시투의 간절함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장내시 앞에서 공연을 하는 도즈와 시투, 강간을 당하는 도즈의 모습 등 영화는 아역을 보여주는 모든 장면에서 단 한 순간도 연기와 디테일에 있어 소홀한 적이 없습니다. 바로 이렇게 약 세 시간 분량의 장구한 스토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아역시절의 이야기부터 탄탄한 연기력과 연출력으로 밑바탕을 잘 쌓아 갔기에 뒤이어 등장하는 데이와 샬로의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비극이다.>

 

아역의 이야기가 끝나고 영화는 두 번째 이야기를 맞이합니다. 경극 스타가 된 데이와 샬로의 이야기죠. 두 번째 이야기에서 초점을 맞춰야할 부분은 데이와 샬로, 주샨의 관계일 겁니다. 데이는 영화 초반, 창녀인 어머니에게서 왼손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절단 당합니다. 동양에서 왼쪽은 남자를 상징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6번째 손가락의 절단은 남성으로서의 기능 상실을 의미할 겁니다. 즉 영화 초반부터 데이의 동성애적 운명을 예고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죠.

 

 

성인이 된 데이는 샬로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화장이라는 행위로 표면화됩니다. 데이는 샬로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경극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분장을 지운 샬로와는 대비되죠. 이는 무대가 아닌 현실에선 두 사람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데이가 무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상징일겁니다.

 

데이가 그토록 원했던 샬로는 자신을 버린 엄마와 같은 창녀 쥬샨에게 마음을 줍니다. 데이는 질투가 날겁니다. 데이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 샬로를 빼앗겼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우리는 데이와 쥬샨의 신경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참 긴장감 있는 장면이었죠.

 

 

 

하지만 결국 데이는 샬로를 얻지 못합니다. 이제 데이가 그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은 오직 가상현실, 즉 무대 위 뿐이죠. 그렇기에 데이는 샬로의 결혼식을 비롯하여 샬로를 대하는 대부분, 화장이라는 행위를 지속함으로서 우희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강조하고 샬루에 대한 집착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집착은 거울이라는 소품과 장국영의 세심한 연기로 한층 깊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 속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눈길을 끄는 소품이 있습니다. 바로 거울이죠.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는 점에서 내면의 자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동시에 거울로 인해 반전된 이미지는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하죠. 영화 <패왕별희>는 이러한 거울의 상징을 잘 활용한 예입니다.

 

현재 보시는 장면은 샬로가 창녀 쥬샨의 이야기를 하자 데이의 질투를 그려내고 있는 장면입니다. 일직선 상에 놓여 있는 줄 알았던 두 거울이 컷이 전환되며 지그재그 배치로 등장한다는 것, 두 주인공이 직접 이 아닌 거울을 통해 간접적으로 눈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 샬로의 기쁨에 찬 눈빛과 달리 새초롬한 눈빛으로 샬로를 바라보는 데이의 모습 등 거울은 여러 방식으로 두 주인공 간의 괴리감과 데이의 집착을 보여줍니다. 추가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샬로의 화장을 대신해주는 데이의 모습도 집착의 표현 방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거울은 데이와 샬로의 관계 이외에도 샬로와 쥬산의 관계를 설명할 때도 활용됩니다. 현실 속의 쥬샨, 거울 속의 샬로. 이 장면도 결국 쥬샨과 샬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상징적 장면일 겁니다. 이처럼 거울 장면은 첸 카이거 감독의 디테일함이 돋보이는 연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 속 모든 관계, 데이,샬로,쥬샨의 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비극을 암시하는 연출이기도 하죠. 실제 영화의 마지막,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자기비판에서 데이와 샬로, 쥬산의 관계는 파국을 맞이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해보도록 하죠.

 

 

<문화대혁명>

 

영화 <패왕별희>의 주제는 누가 뭐래도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 속, 경극 배우로 대표되는 중국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버려졌는가 입니다. 격동의 현대를 살아갔던 중국인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패왕별희>라고 할 수 있죠. 바로 이 지점에서 이해해야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문화대혁명이죠. 1분 내로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나라가 망합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이 부분을 정말 잘 그려냈죠. 1912년 중화민국이 수립되었고 내부적으로는 권력대립, 외부적으로는 열강의 침입 속에서 1937년 중일 전쟁이 발발합니다.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이 점령당했죠. 이후 상황은 영화 <패왕별희>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일본의 중국 문화 수탈이 시작됩니다.

 

 

중국 청나라 때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 경극도 예외는 아니었죠. 극중 데이와 같이 많은 예술인들은 일본인들 앞에서 공연을 해야했고 샬로처럼 옷을 빼앗기며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융성한 문화를 대표했던 경극이 고작 딴따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죠.

 

 

이후 1945년 일본 패망이후, 국민당의 장제스가 북경을 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제에게 협력했던 친일파 처단이 이루어지고 일본군 앞에서 공연을 했던 예술인들은 재판의 대상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이 모습은 영화에서 잘 드러나고 있죠. 얼마 지나지 않아 1949, 공산당이 북경을 점령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죠. 하지만 문제가 생깁니다. 1958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은 대약진운동으로 농업국가인 중국을 공업국가로 탈바꿈하려했지만 실패합니다.

 

 

수천여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었죠. 이에 마오쩌둥는 주석에서 사임하고 실용주의 노선의 개혁파인 덩샤오핑과 대결구도를 만들게 됩니다. 덩샤오핑의 자본주의적 노선이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이자 마오쩌둥은 이런 주장을 합니다. “옛 사상,문화, 풍습은 모두 자본주의와 더불어 구시대의 유물이다. 사회주의 국가 건설만이 답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동안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받게 됩니다. 영화 <패왕별희>에서 젊은 세대인 데이의 양자 샤오쓰가 가담했던 공산단체가 바로 마오쩌둥의 이념을 지지하는 청소년 단체, 홍위병인 것이죠. 낡은 것들은 모두 몰아내야한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홍위병들은 구시대의 전통을 철저하게 억압합니다. 이게 바로 문화 대혁명입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약 10년간 예술가,지식인,자본가 등 사회의 기득권층을 철저히 억압했죠. 이때 약 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숙청당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몰아내야할 전통에는 경극도 포함되었습니다. 존중받던 경극배우에서 일제에 의해 딴따라가 되고 중화민국이 수립되자 친일파로 매도당했으며 문화대혁명으로 전통의 유습으로 인식되던 경극배우. 데이와 샬루는 인민들 앞에서 자기비판을 합니다. 샬루는 인생의 전부였던 경극을 부정하고 그토록 내세우던 항우로서의 자기정체성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 때문에 아이를 유산했던 일평생 사랑한 여자도 버리게 됩니다. 아주 잔인하게 말이죠. 데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샬루가 자신을 버리고 쥬산을 택할 때도, 일본군 앞에서 공연을 하고 샬루를 구했지만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할 때도 데이는 샬루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코 버리지 않겠다던 샬루와의 우정은 시대의 압박에 의해 버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챙겨주었던 쥬산이 창녀였다는 사실도 폭로해버리죠.

 

 참으로 비극적인 장면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경극배우로서의 삶, 두 사람의 우정이 시대 변화 속에서 유리창 깨지듯 쉽게 깨졌습니다. 영화 <패왕별희>의 이 장면이 상징하는 것은 아마 당대를 살았던 무수한 중국인들의 인생일 겁니다. 영원히 세상의 중심일 것 같았던 조국이 무너졌고 샬루와 쥬산처럼 사랑을 잃고, 데이처럼 친구와 세상을 잃었던 그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중국인들의 인생을 상징하는 영화가 바로 <패왕별희>.

 

<미장셴>

 

영화 <패왕별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단언 컨데 미장셴일 겁니다. 90년대 초반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보기에는 미장셴이 너무 좋아요. 영화 초반부터 1900년대 초기 거리의 모습이 흑백으로 등장하고 영화 전체를 수놓은 화려한 경극 의상과 분장은 우리의 혼을 빼놓기 충분합니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흘러나오는 각종 배경음의 활용도 90년대 영화라기에는 너무나도 세련된 작품이죠. 뿐만 아닙니다. 영화 <패왕별희>는 단순히 미적 효과가 좋아서 미장셴이 좋은게 아니죠. 이러한 미적 연출을 잘 살려주는 배우의 존재도 훌륭한 미장셴의 구성 요소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경극 의상, 분장 만을 갖춘 것이 아니라 주조연 배우들 모두 수 개월간 노력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경극을 직접 공연하는 여러 장면들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실제를 방불케 합니다.

 

실제로 배우 장국영은 대역도 거의 쓰지 않고 수개월간 경극을 연습했으며 우희라는 여성 역을 위해 철저한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사 소화를 위해 북경어도 연습했다고 하니 가히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어요. 그의 이러한 노력들이 뒷받침되었기에 영화 <패왕별희>의 미장셴은 장국영의 영화 중 최고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패왕별희, 사면초가>

 

영화의 첫 장면을 이야기했다면 마지막 장면도 빼놓을 수 없겠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상당히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입니다. 다시 현재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로 서초패왕 항우와 우희의 이야기처럼 데이가 자살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대혁명으로 경극배우의 삶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경극은 버려진 전통이죠. 하지만 데이는 무대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입니다. 끝까지 예술인이었죠. 자신이 죽음으로서 패왕별희라는 극의 마지막을 완성시킨 것입--니다. 즉 예술에 대한 스스로의 집착이 자살의 첫 번째 의미일 겁니다.

 

두 번째 의미는 사랑입니다. 우희는 패왕 앞에서 자살하여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습니다. 데이의 죽음도 살루에 대한 영원한 사랑이라는 약속인 것이죠. 영화의 마지막 미묘한 표정을 짓는 데이의 모습은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이뤘다는 기쁨에서 오는 미소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의미는 중국 현대사의 아픔입니다. 혼란스러웠던 중국 현대사의 단면이 한 예술가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징으로 표현된 것이죠.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가 희대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배우 장국영>

 

200341일 만우절, 거짓말인 줄 알았던 장국영 사망 소식은 진짜였고 세상은 놀랐습니다. 배우로서 절정을 달리던 시기, 47세의 세계적 스타 장국영의 사망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경찰은 그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죠. 그의 친필 유서 원본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고요.

 

그가 사망한 지 17년이나 흐른 2020, 여전히 여러 영화 사이트에서는 그의 작품이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장국영 관련 영상들은 항상 조회수가 높죠. 이번에 영화 <패왕별희>가 확장판으로 재개봉하는 것도 아마 이러한 맥락일 겁니다. 8~90년대를 겪은 세대에게 여전히 장국영은 우리 마음 속에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 추억하고 기념하고 싶은 배우라는 것이죠. 사자가 산자에게 이러한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그만큼 대단한 배우가 장국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의 죽음을 기억하며, 어쩌면 그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영화 <패왕별희: 더 오리지널>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러닝타임이 긴 영화이니만큼 제가 놓친 부분도 많을 겁니다.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감상과 제 영상에 대한 비판적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윤공이었고요. 영상 유익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람설정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윤공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d3HwaoRXC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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