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영화 <작은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극중 배경이 되는 19c 미국의 남북전쟁 상황 속에서 전쟁에 나간 아버지 없이 엄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죠.
이 소설은 미국의 민족적 비극의 참상을 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로서 1868년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이 책은 만화책으로 출간이 되었었고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뿐만 아니라 1995년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의 작품을 비롯 여러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던 바 있죠.
소설 <작은 아씨들>은 남북전쟁으로 비롯된 미국의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 정말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더불어 19세기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평등 의식에 대한 주장도 잘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죠.
<레이디 버드>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감독으로서의 이름을 알렸던
배우 그레타 거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은 제가 방금 설명드린 원작의 주제의식을 굉장히 잘 드러낸 영화입니다.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되 감독 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네 재매의 이야기를 재해석 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더불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미적 효과들은 보는 이의 눈을 매료시키기 충분합니다.
얼마 전이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은 영화답게 남녀 주인공 할 것 없이 여러 주인공들의 의상들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여러 배경,소품 등의 활용도 굉장히 인상 깊은 영화였죠.
아무래도 모두들 잘 아는 이야기이니 만큼 오늘의 줄거리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 앞으로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미국입니다.
19세기 말인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었고 극중 배경 국가인 미국은 1920년에 이르러 인정되었죠.
즉 영화 속 시대는 여성이 차별받아왔던 시대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어 자신이 쓴 글을 들고 출판사에 찾아간 조에게 출판사 사장은 여성이 등장하면 꼭 결혼을 하는 결말로 마무리하라고 말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성이 결혼을 해야 행복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고모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죠.
이러한 인식들은 여성에게 경제력을 부여하지 않았던 당대 시대의 현실에서 나온 말입니다.
직업을 갖기 어려웠던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해야했고 좋은 남자의 조건이란 재산의 규모와 연결되었죠.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성차별을 더 강화시킨 요인이기도 합니다.
극중 조의 대사, 여성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다는 말은 여성도 남성과 같이 직업을 갖고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남녀의 평등함을 역설하는 대사일겁니다.
동시에 남성이 모든 경제적 부담을 져야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할 겁니다. 특정 성에게 특정 역할만을 부여하여 성차별을 조장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인 것이죠.
이처럼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보통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는 여타 영화들과 달리 단순히 한 성의 입장에서만 차별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별이라는 것은 차별받는 존재 뿐 아니라 차별하는 존재에게도 억압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죠.
이러한 양면성을 영화는 정말 재미있는 요소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름이죠.
조라는 이름은 사실 남성의 이름에 가깝습니다. 당대 시대가 강요하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자유분방한 성격의 “조”를 표현하기에는 적절한 이름이죠.
반대로 이웃집 청년 “로리”의 이름도 여자이름에 가깝죠. 이처럼 성별의 제약을 뛰어넘는 이름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더불어 영화에서 눈여겨 봐야할 또 다른 부분은 감독이 주인공들을 다루는 태도입니다. 영화에는 네 자매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로리의 할아버지,로리,브룩 등 영화는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 어느 특정인물에만 맞춰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해 마치 꼬리물기를 하듯 효과적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골고루 전달합니다.
이 또한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연출 방식일 겁니다.
그리고 감독이 남성을 드러내는 방식도 인상깊습니다. 극중에는 다양한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잠깐 등장하는 출판사 사장을 제외하고 로리의 할아버지, 로리, 브룩
그리고 네 자매의 아버지 마치는 영화 어디에서도 당대 시대에 팽배했던 흔한 남성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성을 존중하고 자신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죠. 막대한 부라는 엄청난 권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마치 가족을 보살펴주고 특히 베스에게 딸의 유품인 피아노를 연주하게 해주는 로리의 할아버지
여성들의 꿈이 실현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시대, 네 자매와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꿈을 지지하는 로리,
어려운 경제 상황 속 에서도 항상 아내를 존중하는 브룩은 당대가 이루지 못한 남성의 모습일 겁니다.
동시에 여전히 성차별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우리가 취해야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죠.
#동화적인 연출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비교하여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촬영을 필름카메라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인지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19c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촬영이 취미라 필름카메라를 몇 대 소장하고 있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판치는 요즘 오래된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나오지 않는 특유의 노이즈며 빛을 표현해내는 방식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필름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그런 감성과 분위기라는게 존재해요. 예고편만 보더라도 확 들어오는 특징이죠.
영화는 약간 빛바랜 필름느낌의 색감을 굉장히 잘 살렸습니다.
이런 필름 효과와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은 영화답게 19c의 의상들에 대한 고증을 너무나도 훌륭히 해줬습니다.
정말 이쁘게 나오는 우리들의 영원한 헤르미온느가 입고 나오는 의상이며 각종 남녀주인공들이 입는 의상 등 마치 빈티지 패션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의상들이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더불어 각종 소품들도 눈을 사로잡습니다. 엔틱한 마자차며 당시 가정주택의 모습부터, 실제 극중 배경이 되는 메사추세츠 주에서 찍었던 만큼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영화 촬영을 위해 복원한 소설 원작자의 실제 주택
그리고 ,뉴욕과 유럽의 풍경 등 여러 부분에 필름카메라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각종 소품들이 특유의 동화적인 분위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이 영화만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시대극은 그 시대를 얼마나 잘 표현해내는지가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죠.
앞서 말씀드린 소품,의상 뿐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각종 무도회 ost와 연극 장면들도 당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여러 세심한 연출들은 감독 그레타 거윅이 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공을 쏟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좀 더 나아가서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관객에게 올바름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시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삶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꿈 대신 사랑을 선택한 메그, 그런 메그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꿈을 위해 과감히 사랑을 포기하는 조, 극중 메그는 조에게 말합니다.
“내 꿈과 네 꿈이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는 건 아니야”라고 말이죠.
비록 메그가 배우를 포기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됨으로서 시대가 강요한 가치관에 부합해 살아간다고 해도 자신이 선택했다면 그건 행복한 삶이고 언제나 옳다는 것이죠.
메그 뿐아니라 극중 여러 인물들이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선택 속에서 주인공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의 벽과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넘어서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이는 우리의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만이 정답이고
이를 선택해가는 우리의 삶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일지라도 언제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 겁니다.
영화에 마지막 장면에 자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둘째 조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아무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누가 보겠어?” 그리고 에이미가 말합니다.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라 아무도 안쓰니까 그렇게 보이는거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c미국은 보수적인 사회였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가치 평등은 그 시대에 중요하게 여겨지던게 아니었죠.
그리고 여성이 결혼하는 것이 아름다운 결말이라던 편집장의 말처럼 당시에는 여성의 사랑과 행복이 규정 당하던 시대였습니다.
때문에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었죠. 정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는 에이미의 대사를 통해 페미니즘에서 한 층 더 나아가 영화를 해석해 보고자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소외된 사람이 많습니다.
극에서 드러내고자하는 당대 여성의 삶을 현대사회로 치환해 본다면 현대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 등 사회의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많죠.
사회에서 우선순위가 되지못하기에 그들에 대한 처우는 항상 좋지 못합니다.
하지만 에이미의 대사처럼 그들도 우리와 같은 공동체를 살아가는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감독 그레타 거윅이 150년이나 된 고전 소설을 2020년에 이르러 영화로 만든 것에는 그 이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메시지가 단순히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우리 사회 모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 합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시종일관 보여주는 남성과 여성의 위계질서의 파괴, 평등함 등이 결국 우리 전 사회계층의 평등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전 세대가 세계적인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 지금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2~30대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하면 불평등한 세상 속에서 평등함을 추구할지입니다.
특히 기성세대와 신세대 속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성차별에 대한 문제는 그중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윤공이었고요 영상 유익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람설정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공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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